Ha Junsoo (河 俊 秀)

취향을 주장하는 사람들

2016-12-12

Disclaimer: 이 글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생각의 길)의 취향과 주장을 구분하는 법에 관련된 장을 읽고서 나름대로 느낀 바를 정리한 글입니다

취향은 고백하는 것이다. 나는 오징어가 싫다. 특별히 고차원적인 이유는 없다. 어딘가 비릿한 식감이 싫다. 그게 끝이다. 이처럼 취향은 논증하기 어렵다. 내 뉴런이 느끼는 전기신호 따위에 무슨 이유가 있단 말인가? 그것은 내 혓바닥 말초신경에 물어볼 일이다. 그래서 취향은 고백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주장은 논증하는 것이다. 주장을 했으면 그것이 사실이라는 증거를 제시해야한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던 갈릴레이의 말은 지금에서야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500년 전 로마에선 주장에 불과했다. 갈릴레이의 주장이 보편적 사실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적절한 논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주장은 상대방과 다른 생각을 선언하고,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마주하고도 유쾌할 사람은 흔치 않다. 나는 그래서 주장을 논증하는 것이 일종의 사상(史上)적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이 폭력을 행사 할 땐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주장을 하고나면 반드시 논증을 해야한다는 것이 그 규칙이다. 우리는 이 규칙을 지키며 서로의 주장을 겨루는 일을 토론이라고 한다. 토론은 콜로세움에서 열리는 검투대결과 비슷하다. 토론에서 논증의 규칙을 잘 지키며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명예로운 검투사를 보는 것 같다. 반면 논증하지 않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보면 길거리 불량배가 떠오른다. 같은 사상적 폭력을 행사하지만 전자는 명예롭고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 전자는 규칙을 지켰지만 후자는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가수 스텔라 장의 목소리가 좋아" 라고 한다면 이것은 고백이다. 그러나 "나는 가수 스텔라 장의 목소리가 최고의 목소리가 생각해" 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취향을 주장한 셈이다. 취향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취향을 주장하는 경우 대부분 그 근거가 없거나 빈약하다. 그 사람이 바보라서가 아니다. 취향이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스텔라 장의 목소리가 가지는 주파수가 왜 최고인지 논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취향을 주장하는 사람은 대부분 명예로운 검투사가 되는 데 실패하고 만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논증하지 못할 것을 주장하는 실수를 저지를까? 가치관을 공유하고, 상대방과 공감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이다. 본능과잉을 조절하지 못해 취향을 고백하지 않고 주장해버리는 실수를 한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적이 많다. 아직도 길거리 불량배처럼 논증하지 못할 취향을 주장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자제하려고 한다. 논증하지 못할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길거리 폭력배가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누군가는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안다. 취향은 고백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