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 Junsoo (河 俊 秀)

우린 언젠가 달로 여행을 갈 것입니다

2016-11-21

Disclaimer: 이 글은 Andrej Karpathy의 포스트 The state of computer vision와 해당 글에 대한 한 댓글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2012년 Geoffrey Hinton의 AlexNet이 ImageNet Challenge에서 우승하면서 딥러닝 전성시대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후 수많은 인공신경망 아키텍처들이 고안되었다. 인류는 이런 인공신경망 아키텍처들에 기반해 이미지 분류, 음성인식, 사물탐지 등의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능향상을 이루어냈다. 얼굴인식의 경우엔 인공신경망이 인간의 인식률을 능가했고, 일부 다른 패턴인식 문제에서도 인공신경망이 인간의 인식률을 뛰어넘었다.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기념비적인 성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계의 이런 비약적인 성과들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서다. 딥 마인드에 의해 잘 연출된 한 편의 영화는 일반인들은 물론, 냉소적이던 엔지니어들도 설레게 만들었다. 주요 일간지는 일면을 "알파고 쇼크"로 도배했고, 학계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딥러닝 따위의 유행어가 대중들 사이에 퍼졌다.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이제 우리가 필요한 건 충분한 데이터 뿐이다" 라는 낙관론이 퍼져나갔다. 마치 어릴적 티비로만 보던 공상과학 영화가 우리들의 현실로 다가온 것 처럼, 모두가 샴페인을 터트렸다.

그러나 정말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충분한 데이터를 모아, 현재 구현된 딥러닝 아키텍처에 쏟아 붓는 것" 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Karpathy가 말한,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했거나, 그 해답이 요원해 보이는 문제들을 한 번 생각해보자.

오바마가 장난치는 모습
아직 인공신경망은 이 사진이 왜 웃긴지 이해하지 못한다

놀랍게도 위 문제들은 2016년 현재 아직 인류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다. 고작 $y = f(x)$ 시스템에 수많은 $x$와 $y$ 데이터를 입력해 $f$를 추론해내는 것이 2016년 현재 인류가 가진 인공신경망 기술의 최선이다. 우리는 아직 위와 같은 질문들을 어떻게 정형화 할 것인지도 밝혀내지 못했고, 심지어 어떤 구조로 정형화된 데이터가 필요할 지 조차 감을 못잡고 있다.

인간의 뇌는 고양이를 학습하는 데 그림 카드 몇 장이 필요한 반면에, 현대 인공신경망은 고양이를 학습하기까지 유튜브 동영상 1000만개가 필요하다. 인간은 사진으로부터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분위기를 추론해 낼 수 있지만 인공신경망은 아직 그러지 못한다. 우리는 아직 인간이 어떻게 이 모든것을 효율적으로 인지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현대 컴퓨터 비전의 미래는 오히려 너무나 절망적인 것 처럼 보인다. 도대체 무슨 수로 0과 1밖에 알아듣지 못하는 컴퓨터에게 맥락과 분위기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을 가르친단 말인가? 나조차도 분위기 파악을 못 할 때가 많은데 말이다.

In spite of the opinions of certain narrow-minded people, who would shut up the human race upon this globe, as within some magic circle it must never outstep, we shall one day travel to the moon, the planets, and the stars, with the same facility, rapidity, and certainty as we now make the voyage from Liverpool to New York.

이 세상에 인류가 넘어선 안될 선이 그어져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입을 닫게 만들더라도, 우리는 언젠가 달로, 행성으로 그리고 다른 별로 여행을 갈 것입니다. 우리가 이제 리버풀에서 뉴욕으로 대서양을 건너듯 말입니다. - Jules Verne (1828-1905)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명심할 것은 역설적으로, 인간은 아무것도 모를 때 비로소 가슴 뛰는 과감한 상상을 해내왔다는 사실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양력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헬리콥터를 그려낼 수 있었고, 코페르니쿠스는 행성이 타원운동을 한다는 것을 몰랐던 덕에 끝까지 지동설을 주장할 수 있었다. 언젠가 달에 갈 것이라던 1800년대 당시의 쥘 베른에게 2016년 NASA JPL 연구소의 엔진 설계도면을 보여줬더라면, 그는 감히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를 벗어날 것이란 야심찬 선언 대신 "우리가 어떻게 저걸 해낸단 말이야? 우린 달에 가지 못할거야" 라는 푸념을 들었을 테다.

우리 가슴마다 존재하는 작은 쥘 베른에게 절망적인 현실을 보여주지 말자.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인류는 그의 죽음으로부터 2년 뒤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할 수 있었고, 40년 뒤엔 제트 비행기를, 60년 뒤엔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마침내 70년 뒤 달에 발자국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늘 그래왔듯 우리는 앞으로 또 다른 달에 발자국을 찍을것이다. 어떤 역경이 있을지 모르는 이 긴 항해를 위해선 각자의 가슴에 품은 쥘 베른을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